Nisi granum frumenti: 성 라우렌시오 순교자와 땅에 떨어진 밀알의 어머니 마리아

Nisi granum frumenti: s. lourenço mártir e Maria mãe do grão que caiu na terra

Amen, amen dico vobis, nisi granum frumenti cadens in terram mortuum fuerit, ipsum solum manet. Si autem mortuum fuerit, multum fructum affert. Qui amat animam suam, perdet eam. Et qui odit animam suam in hoc mundo, in vitam aeternam custodit eam.
요한 12,24-25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8월 10일)의 복음은 요한 12,24-26, 곧 땅에 떨어져 죽어서 열매를 맺는 밀알의 비유입니다. 이 전례적 선택은 신학적으로 정확합니다. 라우렌시오는 땅에 떨어진 밀알처럼 죽었고, 발레리아누스 치하에서 멸절되리라 여겨졌던 로마 교회는 순교자들의 피로 더욱 풍요로워졌습니다. 예수님의 “nisi mortuum fuerit”는 순교가 가장 근본적인 방식으로 드러내는 하느님 나라의 법칙입니다. 사랑으로 자유로이 내어 준 생명은 두려움으로 지킨 생명보다 더 많은 생명을 낳습니다.

요한 복음의 맥락은 의미심장합니다. 요한 12,20-36은 예수님을 뵙고자 한 “그리스 사람들”이 찾아온 일을 이야기하는데, 이방인들의 도래는 영광의 때가 왔다는 표징입니다.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될 때가 왔다”(요한 12,23). 요한 복음에서 “영광”은 십자가입니다. 곧 십자가에 못 박힘인 동시에 들어 높여짐인 “들어 올려짐”(요한 12,32)입니다. 밀알의 비유는 이 논리를 설명합니다. 죽음은 예수님의 사명을 중단시키지 않고 오히려 보편화합니다. “내가 땅에서 들어 올려지면 모든 사람을 나에게 이끌어 들일 것이다”(요한 12,32).

I. “Nisi mortuum fuerit”: 밀알의 법칙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밀알의 비유는 넷째 복음서에서 가장 밀도 높은 비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 알 그대로 남는” 밀알은 자기 안에 갇힌 생명, 곧 가능태로는 풍요롭지만 현실태로는 메마른 생명입니다. 밀알의 죽음은 파괴가 아니라 변화입니다. 씨앗을 보호하던 껍질이 녹아 열매를 맺을 배아를 해방합니다. 십자가에서 예수님의 “죽음”은 패배가 아니라 그분의 인성 안에 담겨 있던 풍요의 해방입니다.

밀알의 법칙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성소에 적용됩니다. “제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이 세상에서 제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위하여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요한 12,25). 이 역전은 마조히즘이 아니라 종말론적 현실주의입니다. 자기 안에 갇힌 생명은 지키려던 것을 잃습니다. 내어 준 생명은 주는 이 자신의 지평을 넘어서는 풍요로 열립니다. “제 목숨을 미워하는 것”은 존재를 경시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봉헌을 가로막는 자아에서 벗어나는 것, 곧 생명이 떨어져 열매 맺는 밀알이 되도록 하는 근본적인 내어 맡김입니다.

선교적 적용은 명시적입니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요한 12,26).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밀알을 따르는 것, 곧 열매 맺는 죽음의 논리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 논리는 피의 순교자들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모든 제자직에 해당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보이지 않는 열매를 낳는 일련의 부분적 “죽음”(자아에, 자기충족에, 안락에 대한 죽음)입니다.

II. 성 라우렌시오: 숯불이 된 밀알

라우렌시오는 교황 식스토 2세 치하 로마의 일곱 부제 가운데 한 사람으로, 발레리아누스 박해 때인 258년 8월 10일에 순교했습니다. 전승에 따르면 식스토 2세가 체포되었을 때 라우렌시오는 자기 주교와 함께 죽게 해 달라고 청했습니다. 식스토는 라우렌시오가 사흘 뒤에 자신을 따르리라고 예언했고, 그대로 되었습니다. 불타는 석쇠 위에서의 그의 죽음은 (암브로시오와 프루덴시오가 증언하는) 전승을 낳았는데, 라우렌시오가 형리에게 “이쪽은 다 구워졌으니 뒤집어라”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죽음 앞의 평온은 땅에 떨어지기를 받아들이는 밀알의 표징입니다.

부제로서 라우렌시오의 역할은 신학적으로 중요합니다. 부제들은 로마 교회의 재산을 관리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총독이 라우렌시오에게 “교회의 보물”을 넘기라고 요구하자, 라우렌시오는 가난한 이들을 데려와 “이들이 교회의 보물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에게 사형 선고를 가져온 이 행동은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마태오 6,21)를 문자 그대로 적용한 것입니다. 라우렌시오라는 밀알은 땅에 떨어졌고, 로마 교회는 꽃피었습니다.

III. 마리아: 땅에 떨어진 밀알의 어머니

구원 신학에서 마리아는 아버지께서 세상에 뿌리신 밀알을 받아들인 분입니다. 그 밀알은 마리아의 동정 모태를 통해 인간의 땅에 “떨어진” 사람이 되신 말씀이십니다. 강생은 “밀알이 땅에 떨어짐”, 곧 영원한 아드님이 죽을 운명의 조건, 육신의 연약함, 시간과 공간의 한계 안으로 들어오심입니다. 이 밀알을 받아들인 마리아는 아버지께서 아드님을 뿌리시려고 선택하신 “땅”이었습니다. 아무 땅이 아니라 원죄 없는 잉태로 준비된, 깨끗하고 비옥하며 받아들일 준비가 된 땅이었습니다.

아드님의 죽은 몸을 안고 있는 마리아, 곧 피에타의 모습은 땅에 떨어진 밀알의 모습입니다. 마리아가 살아 있는 채로 받아들이고(주님 탄생 예고) 죽은 채로 봉헌한(갈바리아) 몸입니다. 마리아의 관점에서 예수님의 죽음은 “nisi mortuum fuerit”의 성취입니다. 마리아가 낳은 밀알은 열매를 맺기 위해 죽어야 했습니다. 희생에 대한 마리아의 이 협력은 수동적이지 않습니다. “stabat Mater”는 밀알의 법칙에서 달아나지 않고 끝까지 함께하는 어머니의 능동적 충실함을 가리킵니다.

“많은 열매를 맺는” 밀알의 풍요는 마리아 안에서 첫 번째 표현을 얻습니다. 성모 승천(8월 15일, 성 라우렌시오 축일 닷새 뒤)은 아드님이 뿌리신 밀알의 “열매”입니다. 아드님의 죽음에 협력한 마리아는 그분의 영광에 가장 먼저 참여합니다. 8월의 전례 주기, 곧 성 라우렌시오(10일)와 성모 승천(15일)은 밀알의 두 폭 그림입니다. 떨어진 순교자(라우렌시오)와 들어 높여진 어머니(마리아), 죽는 밀알이 지닌 풍요의 두 얼굴입니다.

IV. “Ubi ego sum, illic et minister meus erit”: 사명과 순교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요한 12,26). 밀알의 논리로 당신을 따르는 제자에게 하신 예수님의 약속은 종말론적 친교의 약속입니다. 죽음 안에서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그분의 부활에 참여함을 뜻합니다. 사흘 만에 식스토 2세를 따라 순교한 성 라우렌시오는 “예수님께서 계신 곳”, 곧 아버지의 영광 안에 있습니다. 갈바리아까지 아드님을 따른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계신 곳”, 부활의 영광 안으로 들어 올려져 있습니다.

붉은 순교(피를 흘림)든 흰 순교(날마다 삶을 내어 줌)든, 순교에 대한 부르심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적용된 밀알의 법칙입니다. 수도 전통이 기도와 봉사의 삶으로 규정한 “흰 순교”는 열매를 맺기 위해 “죽는” 일상의 방식입니다. 자녀들을 복음에 봉사하도록 봉헌하는 어머니, 고해소에서 삶을 소진하는 사제, 기쁘게 가난한 이들을 섬기는 봉사자가 그러합니다. 마리아는 이 흰 순교의 최고 모범입니다. 온전히 내어 준 삶, 온전히 심어진 밀알, 상상할 수 없는 열매입니다.

성 라우렌시오 축일은 자기 삶 안에서 밀알의 법칙을 관상하도록 초대합니다. 나는 열매를 맺기 위해 어디에서 “죽도록” 부름받았습니까? 아드님을 낳아 아버지께 봉헌한 마리아는 이 법칙의 스승입니다. 그분은 조건 없이 “fiat”라고 말씀하심으로써 가장 위대한 밀알이 인간의 땅에 떨어져 온 인류에게 구원의 열매를 맺게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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